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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심장병 없는 세상 꿈꾸며… 어린이 무료수술 35년

  • 등록일 : 2018-07-18

심장병 없는 세상 꿈꾸며… 어린이 무료수술 35년

조선일보
인천=김승현 기자

입력 2018.07.17 03:00


박영관 세종병원 회장
사립 최초의 심장 전문 병원 세워 국내외 환자 1만2000여명 도와


인천 계양구의 메디플렉스 세종병원 지하 갤러리엔 액자 50여개가 벽면을 채우고 있다. 환자복 차림으로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미는 아이들, 주삿바늘 꽂은 채 힘겹게 웃는 백인 소년…. "우리 병원에서 심장병 수술받은 아이들입니다. 이 아이 좀 보세요. 2년 전 러시아에서 왔는데 겁이 얼마나 많은지 애를 먹었죠." 박영관(79) 세종병원 회장이 웃으며 회고했다.

그가 설립한 혜원의료재단 세종병원은 지난 35년간 수술받을 형편이 안 되는 국내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 환자 1만1000여명을 무료로 수술해왔다. 1989년부터는 중국·베트남 등 해외 27개국 어린이 1400여명을 데려와 수술해줬다. 박 회장은 최근 흉부외과 의사로서의 삶과 봉사 경험을 정리해 책 '심장병 없는 세상을 꿈꾸다'를 펴냈다. 수익금 전액은 심장병 어린이 환자 후원에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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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관 세종병원 회장은 병원 지하 벽에 걸린 사진 하나하나를 보물처럼 쓰다듬었다. 환자복 입고 부모 품에 안긴 아기, 의료진에게 보내온 어린이 환자의 손 편지,
활짝 웃는 아이들 모습이 가득했다. /김승현 기자



경북 청도 출신인 그는 산부인과 의사였던 아버지를 보며 의사의 꿈을 품어 1958년 서울대 의대에 입학했다. 새로 시작하는 학문에 관심이 커져 흉부외과를 택했다. 한양대 의대 교수를 지내다 독일 유학을 떠났다. 심장병 전문 병원을 세우겠다고 다짐한 게 이때였다.

"당시 독일엔 뛰는 심장을 멈추게 해놓고 수술하는 기술이 있었어요. 우리를 훨씬 앞서 있었고 협진도 잘 이뤄졌죠. 한국에도 선진화된 병원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귀국 후 1982년 사립 최초의 심장 전문 종합병원인 세종병원을 세웠다. 심폐기, 심장 전용 초음파기 등 대학 병원도 갖추기 어려운 고가 장비를 들여왔다. 연구용 심장을 얻기 위해 시신 기증을 요청하다가 환자 보호자들에게 뺨을 얻어맞기도 여러 번. 대형 병원들의 견제도 있었다.

그가 어린이 환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수술까지 결심한 데는 계기가 있었다. "교수 시절 선천성 중격결손증을 가진 네 살 여자 아이를 진료했습니다. 부모는 수술비 300만원이 없어 아이를 데리고 그냥 돌아갔죠. 10년쯤 지나 제가 개원하고 얼마 안 됐을 때 그 아버지가 딸을 데리고 다시 찾아와 저를 붙들고 울었어요. 아이는 곧 세상을 떠났죠. 어릴 때 수술받았다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는데…."

1983년 무료 수술을 시작했다. 1980년대 초 국내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 환자 2만여명 중 7000여명이 세종병원에서 수술받고 완치됐다.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다른 병원에서 순서가 밀려 제때 수술받지 못하던 아이들이 대상이었다. 1980년대 후반 초음파 기술이 발달하고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국내 환자가 줄었다. 박 회장은 의료 환경이 낙후된 외국 어린이 환자들에게 눈을 돌렸다.

1989년 수술받은 중국 연변 출신의 조선족 강수월씨는 잊지 못할 환자다. 강씨는 심장 수술 27년 만에 세종병원에서 딸을 낳았다. 박 회장은 "대를 이어 귀한 생명을 구해줬다며 감사 인사를 해오니 뭉클했다"고 말했다.

그간 세종병원이 해외 어린이 수술에 들인 비용만 100억원. "완치된 아이들이 커서 자녀를 데리고 찾아온다"며 "인생을 구했다는 뿌듯함이 원동력"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의 심장병 어린이 치료가 앞으로의 소망"이라고 했다. 2007년 여의도순복음교회와 함께 평양에 병원을 세우려 했지만 남북 관계 경색으로 중단됐다.

그는 "현재 북한의 심장병 수술 수준은 한국의 1980년대 초에도 못 미친다"며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가 5만명쯤 될 것"이라고 했다. "북한에 갈 수 없다면 북한 의료진이라도 데려와 가르치고 싶습니다. 의술에는 이념도 국경도 없으니까요."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17/201807170003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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